
얼마 전, 언론보도를 통하여 새파란 젊은이가 70대 노인을 꿇려 앉혀놓고 폭행을 가하는 장면이 방송에서 동영상으로 여과 없이 방영되었다. 가뜩이나 노인들이 설자리가 없어지는데 그런 방송으로 젊은이들이 모방(模倣)할 우려도 염려된다. 요즘 네티즌들에게 '헬(Hell) 조선’이란 말이 유행을 한다. 헬조선은 ‘지옥 같은 한국’이란 표현이다. 금이나 은수저 물고 태어나지 못한 서민들의 자식은 이 사회의 현실을 ‘헬조선’이라 말한다. 이민을 떠나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취업의 벽에 막힌 젊은이들만 ‘헬조선’이 아니다. 요즘 노인들도 ‘헬조선’이다. 지난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그러나 노인의 날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들도 노인의 날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한국의 노인들은 찬밥신세다. 위정자들은 한국이 세계경제 10위권인 경제대국이라 말한다. 그 경제대국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젊은이, 노인들은 찬밥신세다. 요즘 인터넷 상에 노인혐오 글이 많이 올라온다. 주체는 젊은이들이다. 그들이 노인혐오를 앞장선다. 노인들은 엄연한 약자다. 우리나라 노인(65세 이상)의 빈곤율은 45.6%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런 노인을 보고 ‘꼰대’라고 부르는 젊은이가 있다. 심지어 자기 아버지, 할아버지에게 꼰대라고 부르며 비아냥거린다. ‘꼰대’란 ‘늙은이 또는 앞뒤가 꽉 막힌 개념 없는 사람’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개념이 없고 존재가치가 없는, 노인을 무시하는 언어가 ‘꼰대’다. ‘꼰대’는 노인스스로가 만들기도 하고 외부에서 붙여주기도 한다. 그 영향은 미디어가 한 몫을 한다. 꽃할배 같은 TV프로그램의 성공은 이 사회에 극소수의 단면일 뿐, 대부분의 노인들은 여전히 찬밥신세다. 그런데 인터넷 상의 댓글들을 보면 ‘경로 무임승차 없애라’ ‘옛날 65세와 지금의 65세는 다르다’ ‘청년들이 올라갈 사다리를 기성세대가 걷어차고 있다’ 등 이런 인터넷 상의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비평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얼마나 취업이 어렵고 삶이 고달팠으면 노인이나 기성세대에게 분풀이를 할까, 그 옛날 우리가 배웠던 장유유서(長幼有序) 정신은 아예 없어진지 오래다. 노인관련 뉴스 댓글에는 노인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글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세대갈등이 심각할까? 젊은이들이 오죽 취업이 안 되었으면 그 감정을 노인들에게 퍼부을까. 유교사상이니 장유유서니 하고 말하는 것조차 젊은 세대에게는 거리감과 반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고용갈등도 주요 원인이다.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일자리 다툼을 하며 상생이 아닌 ‘제로섬 게임’ 프레임을 짠 것도 세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청년들은 이 사회가 ‘청년층이 올라갈 사다리를 기성세대가 걷어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오늘의 노인은 엄연한 사회적 약자임은 분명하다. 결국 노인들의 삶이 더욱 힘들고 빈곤해지고 ‘헬조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노인이나 젊은이들은 각박하다. 국회의원들은 다선을 자랑으로 알고 칠십이 넘어도 국회의원 더 하겠다는 사람들과 청와대 노른자위 자리에 있다가 국회의원하고, 장관하다가 국회의원 하겠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그들에게 젊은이들에게 내 줄 자리가 있겠는가. 이제 5년 뒷면 노인 800만 명에 육박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세대 간 깊어진 골을 메우지 않는다면 노인 혐오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수도 있다. “너희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작가 박범신의 작품 <은교>에 나오는 말이다. 그의 말처럼 늙는다는 건 벌이 아니다. 노인 년령 65세를 70세로 올리겠다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노령수당 일부 줄인다고 나라 경제가 좋아질 수는 없다. 역시 노인들은 대접 받는 시대에 태어났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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